장두이 문화국장
장두이 문화국장

[Today-korea=장두이 문화국장]필자가 오랫동안 흠모하던 중국 영화가 있다.

첸카이거 감독의 1993년도 작품 覇王別姬(패왕별희).
어렸을 때부터 경극(京劇/PEKING OPERA)을 함께 한 '두지'와 '시투'라는 두 주인공의 사랑과 운명의 소용돌이를 중국 팔보채의 맛깔처럼 다룬 명작이다. 특히 영화 전반부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의 어렸을 때를 묘사한 경극 연습 장면은 압권이었다.

평소 경극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필자로서는 어린나이 때부터 경극을 통해 연기와 아크로바틱의 연기술을 피땀 흘리며 배우는 중국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경이 그 자체였다.

당대 최고의 배우 장국영과 공리 등이 나오는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국내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도 널리 알려진 중국산 최고 반열의 영화였다. 그것은 C.G를 전혀 쓰지 않은 촬영기법에서부터 중국 최고의 연극 경극을 영화매체를 통해 세계에 각인시키는 문화전도사 역할까지 담당한 승리였다.

그런데 요즈음 중국 정부까지 나서며 난리법석을 떨고 있는 영화가 있다.
영화 <장진호>. 한국전쟁 시 함경남도 장진호를 배경한 영화다.

역시 중국답게 철저한 국책 홍보 선전영화가 됐다. “위대한 항미원조(미국에 저항하고 조선을 돕는) 정신은 더욱 새로워진다.”란 자막이 결국 이 영화의 귀결이다.

엊그제 베이징에 살고 있는 후배가 본 영화 <장진호>는 철저한 중국식 짬뽕 영화였다. 제작비 한화 2300억 원, 동원된 인원만 1만2천 명 정도 투입됐다고 한다. 이 물량이면 중국 영화 제작사상 최대 금액이고, 최대 인원이 투입된 곱빼기 짬뽕영화(?)다.

후배의 말을 듣고 생각 한 필자의 단상-얼마나 미국이 싫고 역겨웠으면, 이런 영화를 제작한 걸까? 한국전쟁이라는 우리 군과 북한군 싸움은 배재된 중공군과 미군의 미중대결을 그린 중국 영웅주의 전쟁, 쟁투영화다.

영화는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상업 예술이란 생각에서일까?
거의 모든 교육기관 학생들을 총동원해서 보게 해, 개봉 첫날에 이미 2억 위안(한화 약 360억 원)을 챙겼다. 9월 30일에 개봉했으니 기록은 계속 이어질 전망.....

역사적으로 위정자들은 예술을 그들의 선전도구로 악용하곤 했다. 히틀러, 스탈린, 중국의 문화혁명, 그리고 북한의 가극 ‘피바다’와 영화 ‘꽃 파는 처녀’ 등...... 특히 영화 <장진호>엔 모택동의 아들 모안영이 통역관으로 한국 전쟁에 참가했다가 34일 만에 사망했는데, 이번 영화에선 춥고 지친 병사들에게 자기 옷을 나눠주는 등 영웅적 행위를 일관하다가 죽는 것으로 묘사됐다.

 후배의 논평,
“엄청난 물량임에도 불구하고, C.G와 전투 장면이 다소 어색해서,
아직 미국 영화 미쟝센엔 못 미친다“는 나름 객관적인 평이다.

세계는 아무리 철책으로 감고 막아도, 봇물처럼 전파된 IT산업의 막대한 영향하에 모든 것은 백일하에 오픈된다. 중국 인민들이라고 문화 눈높이가 낮을 순 없다. 북한도 마찬가지 아닌가.....?

무작정 선전도구로서의 예술은 감동 코드완 먼, 일회성의 프로파간다일 뿐이다. 진즉에 시진핑도 채플린이 감독한 “위대한 독재자” 쯤은 봤어야 하는데.....! 그러면 웃음의 페이소스에서 비극적 삶의 페이소스로 전이됐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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